김준혁 더불어민주당 경기 수원정 후보의 막말 파문 이후 민주당이 여성 지지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재인 정부 임기 초부터 '페미니즘'을 내세우며 전업주부, 젊은 여성들이 핵심 지지층으로 떠오른 바 있지만, 더이상 여심이 민주당 편이 아닌 상황에서 이어지는 김 후보의 막말 파문이 여성 지지율에 추가적인 악재로 작용할 우려가 커지는 것이다.
그간 이른바 '맘카페'와 '여초' 커뮤니티에서 전 정부에 대한 지지가 높아 왔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 지표에서 민주당을 향한 여성 지지율은 이전과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인다. 여성의 거대양당 지지율이 오차 범위 내 접전을 보이는 것이다. 한국갤럽의 월간 지표에 따르면 여성들의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율은 2월까지만 37% 대 36%였으나, 지난 3월 37% 대 33%를 기록했다. 수개월째 경합 중이지만, 최근 추세는 국민의힘이 다소 유리한 것으로 보인다.
전 연령대에 걸쳐 여성 지지율은 최근 하락세가 확인되고 있다. 특히 젊은 여성층에서 낙폭이 두드러지는데, 20~30세대 여성의 경우 무당층이 30~40%에 달하기 때문에 이번 파문에 적지 않게 동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18~29세 여성 지지율은 지난 1월 이후 국민의힘에서 매월 조금씩 오르는 분위기(11%→13%→14%)고, 민주당은 지난 1월 이후 하락세(42%→38%→37%)다. 30대 여성의 민주당 지지율도 지난해 11월부터 매월 점진적인 하락세(39%→38%→37%→37%→36%)를 보인다.
이런 흐름 속에서 최근 민주당을 향해 분노를 드러내는 젊은 여성들이 적지 않다. 회사원 정모씨(27)는 "평소 크게 선호하는 당이 없었고, 정치에 관심이 없었는데 이번 사건에 침묵하는 민주당에 실망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졸업생 이모 씨(29)는 "이 사건이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도 싫고, 확실한 건 김 후보의 당에는 한 표를 주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라고 했다.
20~30대 여성뿐이 아니다. 민주당 핵심 지지층으로 여겨지는 40대에서도 여성 지지율은 지난 2월만 반짝 50%대로 올라섰을뿐, 지난 11월 이후 최근까지 전반적인 흐름(47%→46%→46%→52%→43%)은 하락하는 모습이다. 50대 여성의 지지율은 지난 11월 44%에 달했는데 최근에는 35%로 떨어졌다.
윤석열 정부 임기 초 집권여당에 대한 기대치로 전업주부들의 국민의힘 지지율도 40%에 달하기도 했으나 두달이 지나자 민주당에 역전돼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다. 그러다 2022년 12월 화물연대 파업에 윤 대통령이 강경 대응을 예고하면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과 접전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전반적으로 김건희 여사 디올백 논란 이후 정부·여당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여왔는데, 정부·여당 지지율에서 유독 여성 지지율 낙폭이 다른 카테고리에 비해 크지 않았다.
무엇보다 민주당 여성 표심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요인 중 하나는 민주당 여성 의원들의 침묵이다. 이에 유명 맘카페에서도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김 후보는 떨어졌으면 좋겠다", "머릿속에 바바리맨이 들었나" 등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화여대 총동창회는 지난 4일 김 후보 막말에 대한 규탄 대회를 열고 사퇴를 촉구했다. 이명경 이화여대 총동창회장은 집회 후 기자들과 만나 "한 80대 선배가 손녀로부터 '할머니 성 상납했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이 질문을 받고 속상해서 동창회 사무실로 전화를 걸었다는 얘기를 들었고, '이건 그냥 있을 수 없다. 대응해야 한다'고 하소연해주셨다"며 "후보 자신이 스스로 사퇴하길 바란다. 부끄러움을 아는 게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이번 파문을 계기로 여성 지지율에 적지 않은 숙제를 떠안게 됐다는 진단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 후보의 막말 파문에 따라 얼마나 많은 젊은 층, 특히 젊은 여성층이 투표하는지도 이번 총선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는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표본추출로,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응답방식으로 진행됐다. 오차범위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알 수 있다.
신현보·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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